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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부 켄지로는 숨을 들이켰다. 입술이 얼얼했다. 우시지마의 얼굴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말해야 했다. 모두가 쳐다보고 있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고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시라부는 고개를 치켜들고 우시지마를 또렷이 응시했다. 목이 탔다. 이대로 여기서 모두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주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다. 내가 받았을 때 가장 기쁠 만한 것을,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합니다, 우시지마 선배. "

 

 

*

 

 

"이번 달에도 찾아왔습니다!"

"무자비한 승부수!"

"공평하게 금액은 오천엔 한정!"

"점! 프! 스타일이라는 거지!"

"아니, 점프랑은 관련이 없지."

"에잇! 시끄럿! 그럼 죠●식!"

"그것도 아닐 텐데……"

"레온, 죠● 봤어?"

"카페에선 조용히 좀 하세요."

"틀린 말은 아닌데 너 말이 좀 그렇다?"

 

8월 6일, 한낮의 카페는 복작거렸다. 무더위를 피해 카페로 피서마냥 몰려온 사람들이 개중 절반이었다. 물론 이들은 무더위를 피해 카페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양 뺨이 한껏 달아오른 텐도 사토리와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웃는 오히라 레온, 여름 합숙 훈련이 끝나서! 라고 하기에는 평소보다 텐션이 약간 오른 야마가타 하야토와 세미 에이타. 들썩거리는 삼학년들과 달리 (어쩌면 평소와 별다를 것 없이) 심드렁한 얼굴의 카와니시 타이치와 시라부 켄지로. 그리고 그런 둘의 가운데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유일한 일학년인 고시키 츠토무까지. 아직 개학까지는 시간이 남았고, 합숙 훈련은 며칠 전에 끝났음을 고려하면 (우시지마 와카토시가 없는 것은 둘째치고) 시라토리자와의 배구부 주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복작거리는 광경은 제법 신기해 보일지도 몰랐다. 텐도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가방에서 (아무리 봐도 손으로 직접 쓴 것처럼 보이지만 마냥 짐작할 수 없는) 현란하고 찬란한 현수막을 꺼냈다. 텐도가 양손으로 쫙 현수막을 들고 입으로 직접 '두구두구두구'라는 소리를 내자 옆에 있던 세미와 야마가타가 함께 호응했다. 자세히 보면 야마가타는 조금 부끄러운 듯 보이기도 했다(무엇이 부끄러운지는 배구부의 우정을 위해 생략하도록 하자.)

"자자, 우리가 모인 목적을 잊지 말자고!"

"그전에 고시키 좀 누가 깨워봐."

"앤 틀렸어요. 틀렸으니까."

 

 

배구부 배 생일 축하 토너먼트 !

 

 

*

 

라는 것은 시라토리자와 배구부에 내려오는 오랜 전통……일리가 없고. 기숙사 학교 특성상 늘 같은 얼굴을 마주하고, 365일 중 300일이 지루한 친구들을 위해 만든 이벤트로 (시라부는 분명 텐도가 만들었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직접 묻지는 않았다. 선배를 존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용은 간단했다.

 

생일 선물 대 승부! 누가 가장 생일 주인공의 마음을 사로잡는 엄청나고 대단한 선물을 할 것인가!

기간은 일주일! 공평하게 가격은 최대 오천 엔까지하지만 받는 사람을 생각해서 최소 삼백 엔부터 시작하자!

생일 주인공은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과 가장 별로인 선물을 고른다!

가장 마음에 드는 선물을 가져온 사람은 가장 별로인 선물을 가져온 사람을 하루 동안 노예로 쓸 수 있다!

 

당최 생일 주인공을 축하한다는 목적보다는 서로를 골려주기 위한 목적밖에 보이지 않는 이벤트였지만 적어도 생일을 모르고 지나가지 않도록, 생일날 축하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은 이벤트였다. 집에 가지도 못하고 기숙사에서 누구에게도 축하받지 않고 지나가는 생일이란 다른 날보다 배로 외롭고 슬플 테니까. 다만 학기가 아닌 방학 중에 생일이 있는 경우에도 해야 하나? 하는 의견도 있었다. 집에서 축하받을 거 아냐? 방학 때 대인 원으로 약속 잡기가 쉬운 줄 알아? 틀린 말은 아니었으나 익명의 강력한 건의로 (텐도는 분명 켄지로가 스물 한 통의 익명 문자를 보냈을 것이라 짐작했지만 직접 묻지는 않았다. 후배를 존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방학에도 생일 선물 대 승부! 이벤트는 속행되었고 지금은 아주 엄청나게 멋진! 생일 파티를 위한 회의 시간이었다.

 

"그런데 학기 중에도 회의는 안 했잖아? 우리 애들도 참 별나!"

"회의했는데? 네 생일 때 회의해서 산 거잖아."

"초코아이스 세 상자가 회의해서 나온 거였어?!"

"오천 엔씩 모아서 초코아이스 샀잖아."

"녹아서 다 못 먹고 버렸다고!"

"내년엔 참고할게."

"내년에 사토리군은 졸업이랍니다?"

"시라 부, 손뼉 치지 마."

 

삼학년의 만담을 유쾌하지 못한 얼굴로 지켜보던 시라 부가 상쾌한 얼굴로 손뼉을 치자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있던 고시키가 벌떡 일어나 함께 손뼉을 쳤다. 뺨에 침이 흥건했다.

"저 안 졸았습니다! 지금 박수치려고 준비 중이었습니다!"

"고시키, 그거 아니야."

"저는 삼천엔 냈습니다!"

"그것도 아니니까 다시 자라."

 

카와니시가 소파에 있던 쿠션을 테이블 위에 (정확히 고시키의 흥건한 침이 번들거리던 자리에) 올리자 시라부가 고시키의 머리를 그 위에 그대로 눌렀다. 멋진 콤비네이션이었다. 다시 곯아떨어진 고시키의 머리 위로 시라부와 카와니시가 하이파이브를 했다.

 

"너희 그러려고 거기 앉았냐."

"본론으로 넘어가죠. 텐도 선배 때처럼 선물을 드려도 괜찮을 거로 생각합니다만."

"켄지로, 너 방금 내가 한 이야기 안 들었지."

"하이라이스 일 년 치라도 보내게?"

"……."

"잘못했으니까 다시 회의하자."

 

진짜 하나도 안 귀여워, 라며 세미가 삐죽거렸지만 이미 주제는 넘어간 뒤였다. 평소 생일 축하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것은 텐도였으나 (지난달 뭐든 먹는 게 최고죠, 초코아이스로 합의 보는 게 어떨까요. 라고 말하던 게 무색할 정도로) 진지한 얼굴로 회의를 진행하는 시라부의 모습은 놀라울 정도였다.

 

'쟤 작년에 우리 생일 땐 안 저랬잖아.'

'걱정 마, 다른 애들 생일 때도 저러지 않았으니까.'

 

"뭐, 중요한 건 와카토시를 불러내는 것 아냐? 선물은 승부! 니까."

"선배의 생일을 허투루 넘길 순 없잖아요."

"너 혹시 생일 때 생 시라스 1kg 받은 거 아직도 마음에 담고 있니?"

"그거 선배였습니까?"

"어차피 와카토시가 1등 할 거니까 우린 퉁쳤지 뭐."

"……저는 과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

"……."

"자,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 볼까."

 

오히라는 예의 다정한 얼굴로 손뼉을 치며 분위기를 정리했다. 오히라의 산뜻한 정리에 정신을 차린 시라부가 다시 고개를 들었다. 고시키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카와니시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화장실에 간다더니 데스크에서 직원과 이야기 중이었다.

 

"맞아 맞아. 와카토시말야, 이번 주에 해외여행 간다고 하지 않았나?"

"예?"

"오키나와 아니었어?"

"오키나와 좋지……이리오모테라던가……"

"아니, 거기까지는 안가겠지."

"……오키나와……"

 

삼학년들은 모두 이미 들어 알고 있던 모양인 듯 맞다, 그랬었지! 라는 분위기였으나 시라부의 얼굴은 창백했다. 다들 아는 걸 나만 몰랐다니. 물론 카와니시는 우시지마의 연휴 사정까지 궁금해할 만큼 우시지마와 살가운 사이가 아니었고 고시키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지만 그랬다. 시라부가 고개를 떨구고 있는 동안 텐도는 초코아이스를 하나 더 시키며 핸드폰 자판을 두들겼다.

 

"뭐, 사실 와카토시는 엄격하긴 해도 까다롭진 않으니까."

"작년에 한정판 바보쨩, 그거 정말 좋아하던데."

"맞아. 안고 자잖아."

"안고 자는 건 다른 인형일걸?"

"……오키나와……"

 

점점 시라부의 고개가 수그러들자 언제 왔는지 모르게 조용히 자리에 온 카와니시가 고시키에게 그랬듯 쿠션 하나를 테이블과 시라부의 머리 사이에 솜씨 좋게 끼워 넣었다. 10점 만점에 8점이었다. 8월의 태양은 여전히 기세가 등등했고 에어컨 바람이 막지 못한 여름의 햇살이 시라부의 뒤통수를 찔러댔다. 오키나와……기껏 아닌 척 이렇게 자리를 만들었더니 오키나와라고……시라부가 혼자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던 찰나, 텐도의 경쾌한 목소리가 햇볕이 달궈놓은 시라부의 머리통을 쳤다.

 

"어어! 와카토시군! 뭐야뭐야, 생일 전에 올라온다고?"

 

시라부가 벌떡 일어나자 고시키 역시 덩달아 벌떡 일어났다. 카와니시는 다시 고시키의 고개를 눌러준 뒤 언제 가져온 것인지 모를 담요까지 어깨에 둘러주었다.

 

"에-그럼 생일날 보자! 응! 생일이니까, 좋지 좋지. 학교 근처. 좋지? 응, 에이, 합숙이랑은 다르지. 학교 밖에서 보는 것도 재밌다고?"

"그래그래, 애들이랑 다 같이 보자니까? 맞아, 받고 싶은 거 있어? 나는 와카토시군한테 친스코 세 상자 받고 싶은데!"

"그럼 그럼, 그럼 저녁에? 애들한테는 내가 말할 테니까, 재미있게 친스코랑 다녀오라고?"

 

텐도가 입을 다물 때마다 뚫어져라 텐도의 얼굴을 쳐다보던 시라부는 정확히 텐도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자마자 손을 번쩍 들어 소리쳤다.

 

"기념품 강요는 너무하잖아요."

"아니, 내가 먹고 싶어서 그런 건데."

"……."

"그래서 와카토시랑 약속 잡았어?"

"여섯시에 학교 앞에서 다 같이 보기로 했지!"

"……그걸 먼저 말해달라고요."

 

이번에도 텐도와 시라부를 중재, 아니 정리한 것은 오히라였다. 8월 13일 저녁 여섯시, 장소는 학교 앞. 시라부는 무언가 할 말이 더 있는 듯 보였지만 입을 다물었고 '배구부 배 생일 토너머트, 우시지마 와카토시 ver!'를 위한 회의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누가 고시키 좀 깨워봐. 쟤 어제 뭐 했대?"

"10일에 연습시합 있잖아, 그거 준비한다고."

"맞아, 10일 전에 와카토시도 오겠네."

 

*

 

유독 방학에는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방학이라서, 라기 보다는 할 일에 비해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생일 직전에 오는 것마냥 이야기하던 것과 달리 우시지마는 며칠 만에 미야기로 돌아왔고 시라부는 천연덕스럽게 오키나와에 가셨다면서요. 라고 말을 건넸다. 텐도와 함께 친스코를 먹던 우시지마는 시라부에게도 한 상자를 건넸다. 무언가 말을 하려던 시라부는 머뭇거리다 감사합니다. 라는 말 이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카와니시에게 돌아갔다. 날이 더웠다. 3일.

 

*

 

-고작 생일선물인데 너무 열 올리는 거 아냐?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당연히 뭐든 잘 보이고 싶은 거잖아.

-하지만 제일 편한 건 역시 내가 받고 싶은 걸 주는 거지.

-너 작년에 나한테 기출문제집 줬잖아.

-야, 왜 답이 없어.

-야.

-씹냐?

 

.

.

.

 

-있잖아.

-진짜 그거면 될까?

-내가 받고 싶은 거.

 

 

*

 

-뭐 어때, 줘 버려. 응원해줄테니까.

 

*

 

카페는 시끄러웠다. 바보쨩은 아니지만 바보쨩을 닮은 분홍색 케이크에(본래 커● 케이크였다고 야마가타가 뿌듯하게 말했다.) 초를 꽂고 불을 붙이고, 썩 밝기보단 어쩐지 우중충 하지만 그래도 듣기에 나쁘진 않은 남고생들의 생일 축하 노래가 (가장 신나게 부른 것은 당연 텐도와 고시키, 그리고 세미였다) 이어진 뒤 우시지마가 초를 불었다. 미묘하게 삐뚜름하게 씌워진 꼬깔모자가 우스울 법도 하건만 와카토시는 썩 기분이 좋아 보였고 하나둘 생일 선물을 내놓았다. 물론 당연하게도 선물을 내놓는 얼굴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우리의 리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물 포장을 뜯는 우시지마에게 케이크를 날리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시라부의 무지막지한 안광덕택에 무산되었다. 두구두구두구. 텐도가 익숙한 효과음을 내며 마이크(가 아닌 앙증맞은 티스푼을)를 우시지마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

 

"자자, 와카토시군! 잊지 않았겠지, 우리의 토너먼트를!"

"? 그야 봄고 예선은……"

"아니! 생일 축하 토너먼트!"

"……그런 게 있었나. 네 생일 때는 안했잖아."

"에잇! 이게 다 초코아이스때문이야!"

"자자, 그만하고. 제일 마음에 드는 선물이랑 제일 별로였던 선물을 고르는 거, 이전에도 했잖아? 별로인 선물이 없으면 그건 넘겨도 괜찮아."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그럴 리가."

 

텐도를 정리한 레온이 우시지마에게 웃으며 설명하자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우시지마는 끄덕이며 선물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야마가타의 선물은 바보쨩처럼 데코레이션 된 분홍색 케이크였고(딸기 무스였다) 세미의 선물은 손목 보호대, 레온의 선물은 바보쨩 티셔츠, 텐도의 선물은 안고 자는 바보쨩 베개, 카와니시의 선물은 학교 근처 카레 집의 쿠폰이었고 고시키의 선물은 월간 배구 최신호였다. 그리고 시라부의 선물은,

 

"어, 켄지로는?"

"아까 화장실 간다고 잠깐."

"에-선물 없어? 켄지로가 안할 리가 없잖아."

"큰 건가?"

 

이 중에서라도 골라보지그래. 세미가 손짓하자 우시지마는 눈썹을 까딱였다. 텐도는 고시키의 월간 배구를 들고 이거! 이거! 라며 우시지마를 찌르다 세미의 손에 끌려갔다. 절대 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에이스니까요! 고시키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기세가 좋았으면 좋겠지만 서먹한 것이 마치 공장에서 제습제를 실수로 빠뜨린 일회용 김처럼 눅눅했다.

 

"어, 켄지로! 왜 이렇게 늦었어! 선물선물!"

 

우시지마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던 찰나, 텐도가 시라부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평소와 달리 잔뜩 긴장한 얼굴로 시라부는 테이블, 아니 우시지마의 앞에 섰다. 자리에 앉지 않고? 세미가 의아한 듯 쳐다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테이블 아래 꽉 쥔 주먹이 창백했다. 선물, 말이죠.

 

"……생일 축하드려요, 선배."

"고맙다."

"뭐야, 그게 선물이야? 켄지로 실망이야!"

"……."

 

텐도가 우, 하고 손을 흔들다 야마가타에게 저지당했다. 설마 선배도 월간 배구입니까?! 라며 경악하는 고시키에게 카와니시가 고개를 저었다. 상황을 정확히 알고 있는 건 카와니시 뿐인듯 보였다. 시라부는 흡, 하고 숨을 들이켜더니 우시지마의 바로 앞까지 다가가 몸을 숙였다. 평소라면 까치발을 들어야 닿을 키 차이였으나 우시지마는 앉아있었고 덕분에 시라부는 몸을 숙이는 것만으로 보다 쉽게,

 

우시지마에게 입 맞출 수 있었다.

 

*

 

해, 버렸다.

말, 해야 해.

 

시라부 켄지로는 숨을 들이켰다. 입술이 얼얼했다. 우시지마의 얼굴을 똑바로 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말해야 했다. 모두가 쳐다보고 있었다. 도망칠 수도 없었고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시라부는 허리를 빳빳히 세우고 우시지마를 또렷이 응시했다. 목이 탔다. 이대로 여기서 모두 끝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주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다. 내가 받았을 때 가장 기쁠 만한 것을, 가장 좋은 것을.

 

"좋아합니다, 우시지마 선배. "

 

 불쾌해할지도 모르지. 귀여운 여자애도 아니고 같은 배구부의 남자 후배다. 더럽다고 할지도 모른다. 모두 각오한 일이다. 개학 후 배구부에 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설사 우시지마가 넘어간다 해도 다른 부원들이 시라부를 어려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라부는, 시라부 켄지로는 주고 싶었고 말하고 싶었다.

 

"이게 제 생일 선물입니다.……이벤트는 제가 진 걸로 해주세요."

 

부담이라는 걸 안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할만한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우시지마가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주고 싶은 것도 받고 싶은 것도 이것뿐이었다. 이기적이라고 해도 좋았다. 미쳤다고 해도 좋았다. 그러나 충동도 장난도 아니었다. 모두 진심이었다. 다만, 우시지마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만큼은, 외면당할 각오로 던진 것이지만 그 자리에서 거절당하는 것만은 시라부로서도 견디기 힘든 것이었으므로 시라부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존경하는 선배의 생일파티를 더 망치기 전에.

 

"……사토리."

"어? 어어."

 

시라부가 카페를 박차고 나갈 때까지 테이블의 누구도 입을 열지 못하고 카와니시를 제외한 모두가 시라부의 뒷모습과 우시지마의 얼굴을 번갈아 보는 동안 우시지마는 테이블 위의 선물을 한 번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 답지 않게 당황한 텐도가 어깨를 들썩였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없어, 그리고……"

 

고시키가 몸을 달싹거리는 것을, 카와니시가 어깨를 눌러 막았다. 이미 우시지마는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제일 마음에 드는 선물은……"

 

 

오늘 고마웠다, 모두. 그게 그 자리에서 우시지마가 뱉은 마지막 말이었다.

 

*

 

-사실 거절당하는 건 안 무서워. 주위 시선이 걱정되는 거지.

-응원해준다니까.

-너야 그렇게 말하지만.

-글쎄.

-???

-일단 해봐. 밑져야 본전이잖아.

 

*

 

오늘의 주인공이 사라진 테이블은 답지 않게 떠들썩했다. 카와니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으며 웃었다. 텐도가 케이크에 달려있던 폭죽을 세미와 함께 빵빵 터트리고 있었다.

 

 

"거봐, 내가 뭐랬어! 한다니까!"

"뭡니까? 뭡니까? 시라부 선배가 에이스를 노리고 있다면서요!"

"아, 죄송합니다. 더 시끄럽게 하진 않을 거예요."

"레온! 빨리 와카토시한테 전화해!"

"미쳤어? 지금 전화 걸어서 뭐하게?"

"삼 년 치 놀림감이니까 지금 당장 해야지!"

"오늘의 일등공신 카와니시에게 한잔!"

"네가 그렇게 말하면 정말 불건전하게 들려, 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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