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좋은분이시군요, 그아이도 분명 기뻐할겁니다."
"음,"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한 그는 앞서나간 고아원원장 뒤를 따라 방을나갔다.
오전 11시.
그들이 나가고 난뒤 남겨진 방안에는, 책상위에놓여진 서류와 갈색머리 남자아이 사진한장.
"자, 켄지로 인사하렴. 이제부터 너의 아버지가 되실분..."
"난 아버지가 아니다."
아하하..... 어색한 웃음소리가 머쓱한듯 울린다.
그렇다. 그는 이제막 12살이 된 고아."시라부 켄지로"를 입양 절차를 밟으러 온 것 뿐이지, 그아이를 입양하는 사람은 따로있다.
"....."
그의 차안.
좁은거리에 놓인 둘은 아무말도 오가지 않고있지만, 어색하다거나 불편하다거나 같은 기색은 전혀없어보인다.
아이는 공허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며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눈에 담으려고 애쓰는 듯, 눈은 앞에서 뒤로. 위에서 앞으로 정신사납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질린듯, 옆에서 한치에 미동도 없이 덤덤하게 운전할뿐인 우시지마를 관찰하고, 우시지마는 그것에 관심없다는듯 곁눈질로 시라부를 쳐다보곤 다시 앞만을 쳐다본다.
"......."
"... 넌 왜 그리 공허한눈을 하고있지?"
""
아이는 뭔가를 말하려는 듯, 아니 말하고 싶어 보였지만, 아무말없이, 그를 쳐다보기만하다 그 작은 고개를 떨군다.
골목길.
차에서 내린 둘은 구석진 골목으로 들어갔다.
"시라부, 나에겐 너의 도움이 필요하다. 할수있겠나?"
""
끄덕. 그표정은 잠깐의 망설임도 없었지만, 언뜻 졸려보이는 그아이의 눈만큼은 배로 공허하게 빗났다.
"아저씨"
시라부는 주머니에있는 작은 수첩에 적은 단어를 헬쑥해 보이는신사에게 보여주었다.
"응? 왜 그러니 꼬마신사님?"
"저쪽에 독수리 한마리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응? 독수리? 도움???"
잘모르겠다는 그에게 시라부는
"그 독수리는 매우 아름다워요. 같이 보러가요. 같이 보러가서 그를 도와줘요."
"그래...? 뭐.... 알았다!! 가자꾸나!!"
"고마워요."
모퉁이를 도는 순간. 눈앞이 흐려져만 간다. 다리는 휘청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누구것인지 모를 피가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자신이 피를 흘리는 지도 모르다니, 멍청하네.
"팬텀 루이스. 나이 36세, 사살사유 빚을지고 도망쳤다. 감히 이독수리 에게서, 수고했다 시라부. 영특하군 돌아가는 길에 가지고 싶은것이 있다면 사주겠다. 뭔가 갖고싶은건 없나"
""
시라부는 피투성이가 되어 바닦에 누운 남자를 구석구석 훑어보곤 한심한건지, 혐오적인건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고는 고개를 휘져으며 옷으로 몸을 닦아낼뿐.
"그럼 집까지 가는길에 뭔가 원하는것이 있다면 해주시,"
덤덤한 두사람이였지만, 바로 코앞에서 터져버린 그사람에 머리에서 터져나온 피가 시라부의 피부를 타고 끈적하게 흘러내렸고, 우시지마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표정이지만,맨손으로 만지기는 싫다는 듯 수건따위로 둘둘감아 사체를 숨겼다. 숨겼다고 해야할지,버렸다고 해야할지, 대충 근처에 있는 드럼통에 처박고는 손수건을 꺼내 시라부에게 쥐어주곤 갈길을 갈뿐이였다.
그의집. 몇개 안되는 가구, 나무로 된 바닥, 조용하네, 소름끼치도록
"시라부. 일단 씻도록. 피가 튀었다."
하지만, 시라부는 이번에도 대답대신
"아저씨는 뭐하는 사람이죠?"
"흔한 마피아 두목의 오른팔이다."
시라부는 대답도, 종이에 적은말도 보여주지 않은체 씻으러 들어갔다. 흔하지 않다는 말 때문인가?
그렇게 1년, 2년, 어느덧 그둘은 무려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해왔다. 우시지마는 32살, 시라부는 19살 그덕에 어느정도 가벼운 스킨쉽도 생기고, 서로 알게 된 사실은, 우시지마는 결벽증환자이지만, 전투머신으로 불리고, 시라토리자와 조직에서 5살때부터 길러졌고, 좋아하는 음식은 하야라이스정도, 시라부에 대해서 알아낸건 기껏해야, 손재주가 좋다는 것과 우시지마에게만 말을한다는 것이였다.
하지만, 둘은 사랑하고있다.
딱히 고백을 했다거나 그러진 안았지만, 왜 그런것들 있잖아?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정도는 알수있는,
"헤에~ 켄지로군 많이컷네~? 예뻐예뻐, 내취향이야"
"보스"
"데려와,"
젠장, 예전부터 수려하던 시라부의 외모는 오히려 안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바로 보스의 맘에 들어버린 것, 시라부와의 그동안의 시간은 전부 보스인 "텐도 사토리"의 명령으로 입양에서 부터 동거까지, 전부 해왔던 것이다.
"켄지로"
"네?"
".....보스께서 널 보고싶어하신다."
"....네?"
잠깐의 정적. 시라부의 표정이 서글퍼져간다.
"가기.... 싫....어요......"
"아니, 넌 가야만 한다."
"?....싫어요"
응? 뭐지. 시라부의 표정이 의아해지더니 곧 제모습을 찾고는...
"5분후 보스께간다."
"싫어요, 저 두번이상 말하는 거 싫어하는 거 알죠?"
꽉진 주먹은 불그스름해진다. 자신이 싫다는 건 다 안하게 해주는 그가 지금, 그소년에게 거절했다.
"나가자"
"싫어요. 싫어요. 싫다고요, 싫다고 분명 말했어요. 싫어요"
"..... 왜지."
"하?"
"보스가 너를 마음에 들어하신다. 이건 굉장히 좋은기회다. 너는 더이상 나와 함께 피튀기는 살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겨울엔 덥고 여름엔 추을정도로 잘살수있다."
"아저씨, 7년전 제가 원하는 걸 해준다고 했죠? 지금 해주세요. 절아저씨 곁에 둬주세요. 제발요. 이렇게..... 부탁할께요..."
"보스의 곁에있으면, 지금보다 원하는게 무엇이든 이루어줄거다"
".....아저씨는 제가 아저씨 곁을 떠나기를 바라는 거예요?"
"......"
그는 대답하지 못한다.
"내가 지금 묻고있잖아요"
"....... 나는 그저 네가 행복하면 된다."
"..... 행복하지 않아요"
"?"
"전혀,"
"시라부?"
"미친소리같이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전 아저씨가... 우시지마씨가 좋아요. 너무나 많이"
부드러운 살결을 타고 흘러내리는 차가운 눈물은 눈가를 뜨겁게 물들이며 재멋데로 흘러내리며, 그소년은 어렸을때와 다르게 한참커진 손으로 그를 끌어안는다
"..... 이제 그만가지,"
그의 이가 소리없이 세게 다물린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것같아 고개를 돌려보아도 떠나보내는 그소년의 손이 그에게서 떨이짐과 동시에 급하게 온기가 식는게 느껴지자, 제 분에 이기지 못하고 눈물은 떨어진다.
그걸 보지못할 소년이 아니다. 그의 마음을 알기에 떠나기 싫지만, 그의 손에 떠밀려 떠난다. 자기만큼이나 커진 그마음이, 차가워진 손등위에 떨어진 그의 따뜻한 눈물이 그 마음을 전해준다.
그소년은 마지막으로 그의 눈물을 제 손으로 닦아주며 웃는다.
"잘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을 의미하듯 그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웃음을 선보인다.
떠나는 차가운손을, 보내는 눈물이 따뜻하게 적셔주며 말한다.
미안하다. 억지로 보내는 주제에 마지막으로 부탁하마, 그저 건강하고 행복하기만 해다오
보스의 방안
"음음~ 실물이 훨씬 예쁘네! 진짜 사람맞아?"
방안은 우시지마, 텐도, 시라부 단 세명뿐. 그소년을 뺨을 어루만지는 손은 그무엇보다 깨끗했지만 그 의도 만큼은 그가 살아오면서 해온 온갓 나쁜짓들 만큼이나 더럽기 짝이없었다.
결벽증환자들은 자신의 몸이 다른 무언가와 닿는게 싫은듯, 자신의 것이 다른 무언가와 닿는것도 끔찍하게 싫다.
'우시지마씨....'
싫다고 부르짖는 시라부의 눈빛이 우시지마의 눈에는 훤히 보인다.
미안, 미안, 정말로 미안하다, 나를 원망하렴, 미안하다 시라부....
그의 눈도 대답을 피하듯 시선도 피한다.